브랜키 레터 vo.15(1)에서는
스몰 브랜더 '모퉁이 작업실' 양경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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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퉁이 작업실 만의 작은 씨앗이 어떻게 커지고 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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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작업실을 만난 건 가을을 앞두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한낮이었다. 화려한 종로 오피스 블록을 지나 들어선 작은 골목, 좁은 계단을 세 층 올라 닿은 곳. 말 그대로 ‘모퉁이’에 위치한 듯한 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뜻한 음악과 알록달록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이 반겨주었다. 양경현 대표가 말하는 ‘모퉁이’ 철학은 내 안의 부족한 부분을 밝은 빛으로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이곳은 따뜻한 공간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스몰 브랜드를 시작하게 만든 당신의 키(Key)는 무엇인가요?

🔑 8년 간 해온 본업을 그만두고 방황하고 있던 때였어요. 저 스스로 비주류 인간이자 세상의 모퉁이라고 느꼈죠. 그때 우연히 여행지의 에어비앤비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조명이 마음에 들어 당장 유리공예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하게 되었죠. 집에 돌아오자마자 독학을 시작했어요. 쉽게 시작하고 쉽게 그만두는 편인데, 이상하게 유리공예는 멈추지 않고 꾸준히 했어요. 그 이유가 무얼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유리가 제게 세상으로 나올 힘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유리는 아주 작은 자투리 조각도 다 쓸 수 있어요. 잘 녹이면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 활용할 수 있죠. 제각각의 모양과 빛깔을 가진 유리가 주류에서 벗어난 모양과 빛깔로 살아가는 제게 큰 용기가 되었어요. 제가 받은 용기와 희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스몰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나 할까요?

🔎  '모퉁이 작업실’이라는 브랜드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 ‘모퉁이’라는 단어에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먼저 비주류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브랜드라는 뜻이 있어요. 탄탄대로 옆에 작은 모퉁이 돌처럼 세상의 기준에선 모난 존재라고 느껴지는 이들을 위해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이 작업실은 세상의 모퉁이들을 중심에 두는 곳이었으면 했고요.

두 번째로는,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빨간 머리 앤>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와요. “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내 앞에 뻗은 길이 하나뿐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멋진 세계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예전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브랜드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시 읽으니 가슴에 걸리더라고요. 길모퉁이를 돌면 펼쳐질 새로운 풍경처럼, 어두운 시기가 지나면 분명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게 되었어요. 제가 유리 공예를 만난 것도 하나의 모퉁이를 돈 것처럼 느껴졌고요.

마지막으로 작고 무용한 것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브랜드라는 뜻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세상의 모퉁이라고 느낀 후, 작은 것들에 애정이 생겼어요. 쓸모없어 보이는 유령이나 먼지 같은 존재들 말이에요. 그래서 시그니처 캐릭터인 ‘말랑이 유령’이 탄생했어요. 겉으론 말랑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강하고 용감한 친구예요.

✨ 작업실을 열기 1년 전쯤 제가 블로그에 ‘만들고 싶은 공간’에 대해 쓴 글이 있더라고요. 모퉁이 작업실을 열고난 후 그 글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제가 꿈꾸고 있던 것들이 상당 부분 실현되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선, 모퉁이 작업실에 오는 길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낡고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올라 작업실 문을 열면,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처럼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마치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걷다 보면 그 끝에 빛이 있는 것처럼요. 그 대비감을 통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고자 했어요. 그렇게 상상하던 분위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공간을 처음 발견했을 때, '여기다!'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 ‘브랜드 운영 이전의 경험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 두 가지 경험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우선 저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 무대에서 연기를 해왔어요. 연기를 할 때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배우는 상업적인 공연과 예술성을 지닌 공연, 이 두 가지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상업적인 공연만 하면 이미지 소모가 쉬워지지만 팬이 생기고, 예술적인 공연만 고집하면 깊이는 더해지지만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었겠죠. 모퉁이 작업실을 시작하면서 저도 이 두 가지 방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노출을 늘리면서도, 모퉁이 작업실의 본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해요. 생각처럼 잘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계속 이 방향을 기억하고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균형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두 번째로는 올해 모퉁이 작업실이라는 이름을 걸고, *아이디어스 크래프트랩에 잠시 입주해 활동했어요. 그곳에서 스몰 브랜드를 운영하는 여러 작가님은 물론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이전까지는 집에서 작업하며 홀로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를 함께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든든하게 느껴졌어요. 크래프트랩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그곳에서 나오면서 작업실을 개업할 의지도 얻게 됐고요.